프랭클린 델러노어 루즈벨트, 미국의 32대 대통령으로 대공황과 2차대전 등 큼직한 위기 중에 미국이 유럽의 변방에서 세계 초강대국으로 나아가는 커다란 변화의 발판을 마련한 것으로도 유명한 동시에 휠체어대통령으로 더 잘 알려진 사람이다. 물론 루즈벨트가 휠체어 신세를 지게된 것은 소아마비 때문이지만, 사실 루즈벨트는 가난한 집안에 태어나 불우한 환경에서 무서운 병에 걸려 다리까지 마비되는 불행을 극복하고 미국의 대통령에까지 오른 그런 입지전적인 인물은 아니다.
오히려 모든 것을 다 갖춘 명문가의 외동아들로 태어나 최고의 교육을 받고, 활달한 성격에 스포츠맨쉽과 수려한 외모까지 갖추어 변호사로, 정치인으로 승승장구하던 사람이었다. 뉴욕 지사에서 상원의원이 되고 부통령 후보까지 되었다가 하딩에게 패해 잠시 정치를 떠나있던 39세 무렵 그는 소아마비에 걸렸는데 연장아나 성인이 걸릴 경우 마비가 더 흔하다는 통계에 걸맞게도 그 역시 하지가 마비되어 휠체어 신세를 지게 되었다.
매력적이고 활발하던 그에게는 참을 수 없는 일이었을 것이고 은퇴를 고려하게 되었는데, 그에게는 그때까지 남편의 불륜까지 참아내며 지내던 부인, 엘레노어 루즈벨트가 있었다. 그녀는 남편을 도와 대통령 후보에 입후보시키고 선거운동까지 같이하며 대통령에 당선시켰고, 루즈벨트 행정부 출범 이후에도 여러 정책과 사회운동에 지대한 영향을 주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하지마비라는 충격적인 개인사를 극복해낸 루즈벨트의 의지나 능력이 폄하될 필요는 전혀 없다. 오히려, 손가락을 살짝 베어 며칠간만 못쓰게 되어도 오만 엄살을 떨며 불편을 호소하는 필자 같은 범인에겐, 죽을 때까지 격무에 시달리며 마비와 싸운 그의 정신력은 존경스럽기만 하다.
사실 그가 `소아마비라는 병을 이겨냈다` 라는 의미가 그 개인에게 국한되지 만은 않는 이유는, 가깝게는 그와 미국에 무척이나 큰 영향을미친 그의 부인이 그의 인생 전면에 나설 수 있는 기회가 된 것이 바로 이 병 때문이었고, 이 부부가 함께 만들어 나간 역사는 미국과 세계를 크게 바꾸어놓았기 때문이다.
근래에 소아마비 백신이 전세계적으로 사용되면서 이 병은 거의 보기 힘들어졌고, 우리나라에서는 1983년 이후에는 발생이 보고되지 않을 정도이며 나아가 2005년에는 천연두처럼 완전 박멸을 목표로 하고 있는 병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지금 너무도 당연하게 경구 소아마비백신을 복용하는 아이들의 부모나 그 이전세대에서는 학교마다 이 병을 앓은 친구들을 보는 것은 쉬운 일이었고 이제는 청장년이 된 그들이 우리 곁에 아직 많이 있으리라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궁금한 것은 ''이 병이 사라져 가는 것처럼, 그 당시 그 친구들을 무슨 무서운 것 보듯이 대한 우리의 무지한 자세도 사라졌을까?'' 하는 것인데, 과연 우리는 그들에게 네 상황을 극복하고 꿈을 이루라고 말하기에 부끄럽지 않은 사회를 만들었을까? 최소한 능력이 있다면 대통령까지는 아니더라도 그런 중요한 일을 할 수 있는 상황이기는 할까?
처음에도 말했듯이 병이란 누구에게나 공평한 법이기에, 유명인이 아닐지라도 누구나 한번쯤은 ''병을 극복하고 자신의 꿈을 이루기에는 힘겨운 우리사회''를 안타까워 했을 것이다.
[글] 김효정 레지던트 / 소아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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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날 : [2021-07-07 00:14:1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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