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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백꽃 필 무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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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몸을
기대고 있으려니 앞집에서
쪽파를 뽑아 가라 문을 두드린다.
섭섭해 하실까 밭으로 가
뽑고 다듬기를 여러시간,
손이 아프다. 밭에 간 김에
방긋 솟은 냉이 몇 뿌리를
케본다. 된장풀어 국이라도
끓일 요량인데 향기가 없다.
흙 냄새만 난다. 향이 없다면
냉이가 아닌데...
쪽파 올려 전이나 부쳐먹자.
작년에는 보지 못했던
동백꽃이 피었다.
동배꽃 필 무렵이란 말의
느낌은 참 여러가지 의미로
느껴진다. 나만 그런건가?
어느 때는 고즈넉함,
어느 때는 외로움,
어느 때는 기다림,
어느 때는 서러움...
오래된 노랫말 때문인걸까?
어린아이 때 모친이 홀로
흥얼대며 자주들으셨던
가요의 노랫말 때문에
서러움인가 보다.
태안에 와서 언제 필까?
기다리다 보니 기다림인가?
창문열면 보여서 고즈넉함인가?
잠시 꽃말을 찾아보니
뜻도 참 많다.
비밀스런 사랑,
굳은약속,
당신의 사랑이 날 아름답게 한다,
누구보다 그대를 사랑한다.
향기없는 냉이,
그리스도의 향기 없는 교회들.
동백곷 필 무렵이면 사순절이다.
꽃말도 그렇고 이제 동백꽃은
사순절 꽃이라 이름짓고
혼자 흐믓하다, 참 좋다.
서러워도 외로워도 기다림도,
고즈넉하게 기다릴수 있겠다.
부활의 그날을,
향기를 뿜을 그 날을.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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