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천성 시각장애인이 비시각장애인보다 청각 능력이 뛰어난 이유가 밝혀졌다.
사람의 대뇌는 중앙의 긴 홈을 기준으로 좌우 반구로 나뉜다. 신체의 모든 신경 다발이 뇌교를 지나 서로 반대 방향의 반구를 향해 간다. 따라서 좌·우측 귀로 들어온 소리는 반대편 뇌로 신호가 올라가게 된다.
이런 중추 청각처리 능력을 살펴보니 선천성 시각장애인은 언어를 이해하는 역할을 하는 좌측 대뇌반구보다 소리의 패턴과 음색을 인식하는 우측 대뇌반구의 기능이 더 향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오랜 시간 시각 정보가 차단되면서 대뇌가 청각 자극에 예민하게 반응하며 보상적으로 발달한 것이다.
노원을지대학교병원 이비인후과 심현준 교수팀은 선천성 시각장애인 23명, 비시각장애인 22명을 대상으로 이분청취능력검사, 주파수 패턴검사, 소음환경에서 어음인지력 검사 등을 통해 이들의 중추 청각처리 능력을 비교 분석한 결과를 29일 공개했다.
양측 귀에 다른 소리가 들어올 때 인지능력을 알아보는 이분청취능력검사는 각각 다른 3가지 숫자를 동시에 들려주고 어떤 소리인지 맞추는 검사다. 이 검사에서 비시각장애인의 경우 우측 귀 15점, 좌측 귀 12점으로 우측 귀로 들은 소리를 더 잘 맞추는 경향이 있었다. 반면 시각장애인은 우측 귀 15점, 좌측 귀 16점으로 비시각장애인보다 좌측 귀 수행능력이 훨씬 우수했다. 이는 시각장애인에서 좌측 귀와 연결된 우측 대뇌반구의 기능이 더 발달했음을 시사한다.
주파수 패턴검사는 고주파수와 저주파수 두 가지 음을 무작위로 5개를 조합해 소리 패턴을 맞추는 형식이다. 소리의 패턴과 음색을 인식하는 우측 대뇌반구의 기능을 측정할 수 있다. 시각장애인의 경우 좌·우측 귀가 모두 15점이었다. 비시각장애인은 좌측귀가 13점, 우측귀가 14점이었다. 좌·우측 귀 모두 시각장애인이 더 우수한 수행력을 보여 상대적으로 우측 대뇌반구가 발달했음이 확인됐다.
소음크기를 5단계로 구분해 시행한 소음환경에서 어음인지력 검사에서는 가장 큰 소음인 –8 dB에서만 시각장애인이 비시각장애인보다 더 뛰어난 수행력을 보였다. 뇌파검사에서도 큰 소음 상황인 –8 dB, -4 dB에서 시각장애인의 뇌파가 비시각장애인보다 더 크게 반응했다. 작은 소음 상황에서 시각장애인과 비시각장애인의 어음인지력 차이가 없었다. 이는 언어나 문자 이해력을 담당하는 좌측 대뇌반구의 경우 시각장애인과 비시각장애인에서 별 차이가 없기 때문인것으로 해석된다.
노원을지대학교병원 이비인후과 심현준 교수는 "이번 연구로 장기간의 시각 상실이 우측 대뇌의 기능을 발달시킨다는 새로운 사실을 규명했다. 추후 시각장애인에게서 난청이 발생했을 때 차별화된 청각 재활을 제공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 후원으로 이루어졌으며, SCIE급 뇌과학저널인 프론티어스 인 사이콜로지(Frontiers in Psychology) 5월호에 게재됐다.
-노원을지대학교병원 이비인후과 심현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