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전 색소성 망막염으로 시력을 완전히 잃은 미국 58세 남성이 광유전학 치료법을 활용해 복제한 망막세포를 이식받고 다시 세상을 볼 수 있게 됐다.
광유전학 치료법으로 시력을 복구하는 데 성공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5일(현지시간) 미국 CNN방송에 따르면 미국과 스위스, 영국의 공동 연구팀은 시각장애인 남성이 광유전학 치료를 통해 인공 망막세포 일부를 이식받은 후 빛의 세기와 파동을 감지하도록 도와주는 특수안경을 이용해 주변 사물을 볼 수 있게 됐다는 내용의 연구 결과를 전날 의학 전문지 '네이처 메디신'(Nature Medicine)에 발표했다.
광수용체는 안구 뒤편에 있는 망막의 내막을 형성하는 감광세포로, 명암을 구별하는 간상세포와 색깔을 감지하는 원추세포로 이뤄져 있다. 광수용체 세포가 죽으면 시력을 완전히 잃을 수 있다.
연구진은 유전자 요법을 활용해 망막세포를 복제했고, 이를 바이러스 수용체와 함께 안구에 주입했다.
치료를 받고 특수안경을 착용한 시각장애인은 사람 얼굴을 식별하거나 글자를 읽을 정도는 아니지만, 가까운 곳에 있는 컴퓨터와 컵, 가구, 전화기, 복도의 문 등 주변 물체를 인식하고 위치를 파악할 수 있게 됐다.
호세-알랭 사헬 피츠버그대 의과대학 교수는 "해당 시각장애인은 당초 아무것도 볼 수 없었다"며 "이제는 횡단보도까지 구별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색소성 망막염이 젊은이들의 시력을 앗아가는 가장 대표적인 원인 중 하나라는 점에서 이번 연구 결과가 획기적인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로버트 매클래런 영국 옥스퍼드대 의대 안과학 교수는 이번 연구에 참여하지 않았지만 "유전자 요법으로 망막세포를 복제해 시력을 어느 정도 회복시켰다"며 "향후 (치료법이) 개선되면 시각장애인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광유전학 치료법으로 시력을 복구한 사례가 한명이어서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제임스 베인브리지 영국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UCL) 교수는 "이번 연구는 굉장히 수준 높고 통제된 시험환경에서 이뤄졌다"면서도 "(광유전학) 기술이 시력을 복구할 수 있음을 입증하려면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