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보건복지부 장관과 17개 광역시도 지방자치단체장에게 정신재활시설 설치·운영 확대 및 근거 법령 개선에 대해 권고했다.
인권위는 13일 "복지부 장관에게 광역시도에 1개 이상의 위기쉼터 및 지역사회전환시설 설치와 운영 예산을 지원하고, 전국 226개 기초지방자치단체에 최소 1개 이상의 이용형 정신재활시설이 설치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권고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인권위는 ▲정신건강복지법과 하위법령에 정신재활시설의 시설 및 서비스에 대한 최저기준과 인권지킴이단 근거 규정 마련 ▲정신장애인의 지역사회 자립기반이 마련될 때까지 입소형 정신재활시설의 입소기간 제한 완화 등을 권고했다.
17개 광역시도 지자체장에게는 정신재활시설 등 정신장애인 복지 수요와 공급 현황, 수요에 대한 대응 계획 실태조사를 추진하고, 정신재활시설 증설과 정신장애인 서비스 확대를 권고했다.
인권위는 2020년 정신재활시설 운영·이용실태 및 이용자 인권실태조사를 진행했고, 지난해에는 선진사례를 통해 본 정신장애인 지역사회통합 증진을 위한 실태조사를 실시한 바 있다.
인권위에 따르면 조사 결과 지역사회에서 정신장애인에게 회복 지향의 주거, 복지, 고용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시설은 정신재활시설이 유일했다.
특히 2020년 기준 전국의 정신재활시설은 350개소, 입소 및 이용정원은 7166명에 불과했다. 이는 전체 31만1000명으로 추정되는 중증정신질환자 수 대비 약 2.3%, 등록정신장애인 수 10만3000명 대비 약 6.9%만 수용 가능한 수준이었다.
아울러 정신재활시설의 절반이 서울·경기 지역에 편중돼있어, 그 외 지역에 거주하는 정신장애인은 정신의료기관 퇴원 후 갈 곳이 없거나 이용 가능한 시설이 없다고 인권위는 밝혔다.
인권위는 "전 세계적으로 위기 상황에서 안정을 취할 수 있는 위기쉼터 또는 병원에서 가정으로 연계해주는 중간집 유형의 서비스가 확산되고 있으나 한국에서는 이러한 서비스의 근거 규정과 관련 시설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입소형 정신재활시설의 운영 기준에는 세부 시설 별 구체적 기준이 없으며, 입소기간이 2~5년으로 제한돼 있어 이용 기한이 지나면 정신장애인은 고시원이나 노숙인 시설 등 더 열악한 시설로 옮겨갈 수밖에 없다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이번 권고가 정신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성찰하고, 정신장애인의 지역사회 통합적 삶에 대한 국가 및 지자체의 관심과 책무를 환기시키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