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기 눈을 심어라'(반비)는 시각장애인인 미국 작가 리오나 고댕이 쓴 시각 중심 문화를 탐구하는 책이다. 시각장애인 작가이자 공연예술가, 교육자인 그가 문학, 철학, 대중문화 콘텐츠에서 시각장애를 어떻게 재현했는지를 살펴본다.
최근 들어 장애학, 장애인운동에 대한 당사자의 이야기는 점차 늘어났지만 장애인 당사자가 쓴 책이 출간되는 건 드문 일이다. 책은 호메로스, 헬렌 켈러, 보르헤스, 스티비 원더 등 시대의 아이콘부터 '리어왕', '걸리버 여행기', '눈먼 자들의 도시' 등의 작품까지 총망라해 문화 속 시각장애에 대해 다뤘다.
수천 년 동안 눈멂은 무지, 불합리성, 무의식 등을 가리키는 데 사용돼왔다. 이런 관념에 대항해 저자 고댕은 다양한 텍스트 속 눈먼 인물을 불러와 시각 중심 문화와 비시각장애 중심의 상상력이 어떻게 구축되어왔는가를 드러낸다.
"눈멂은 곧 시각장애인의 관점이다. 시각장애인의 관점에서 우리 사회를 볼 때 전혀 다른 감각의 세계가 펼쳐지고 의식하지 못한 문제가 드러나고 장애와 인간의 취약성에 대한 공포와 혐오를 넘어설 여지를 찾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