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은 2일 국가보훈부 승격과 재외동포청을 신설하는 '정부조직법' 공포안에 직접 서명했다. 제2연평해전 전사자의 부모, 비무장지대(DMZ) 목함지뢰 폭발 사고 피해 중사 등 20여 명은 윤 대통령이 서명하는 모습을 함께 지켜봤다. 역대 정부에서 부처 신설과 관련한 법안을 대통령이 직접 서명하는 행사를 진행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 국가보훈부와 재외동포청과 관련된 상징 인사 25명을 초청했다. 행사장 입구에는 의장병을 배치해 예우를 다했다.
윤 대통령은 이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책상에 앉아 서명을 마쳤다. 이어 국가보훈부 승격과 관련해 '보훈문화는 곧 국격입니다. 국가보훈부 승격을 축하합니다'라고 썼다. 또 재외동포청 신설에 대해서는 '재외동포 글로벌 네트워크 중심인 재외동포청 신설을 축하합니다'라고 글귀를 남겼다.
서명을 끝낸 윤 대통령은 단상에 서 "오늘 우리가 누리고 있는 눈부신 번영은 호국영웅들이 목숨 걸고 자유를 수호한 결과"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한 국가의 품격은 누구를 기억하느냐에 달려있다고 했다"며 "가장 중요한 것은 국가를 위해 희생하고 헌신한 분들이 존중받고 예우받는 보훈문화의 확산이다. 정부는 호국영웅들을 한치의 소홀함 없이 책임있게 예우할 것이다"고 약속했다.
이어 재외동포청 출범과 관련 "정부는 750만 재외동포 여러분께서 체감할 수 있도록 지역별 분야별 맞춤형 동포정책을 강화해 나가겠다"며 "동포 여러분께서 안전하게 지내실 수 있도록 정부가 더욱 노력하겠다. 다양한 교류 지원사업을 통해 국내와의 깊은 유대를 가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대한민국의 부름에 응답한 분들을, 정부는 어떠한 경우에도 잊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축사를 마친 뒤 참석자 한명 한명과 악수를 했다. 특히 강재구 소령의 아들인 병훈 씨에는 "올해 나이가 몇 살인가" "아버지 기억이 거의 없겠다"라고 말을 건네기도 했다.
한편 박민식 국가보훈처장은 이 자리에서 "윤 대통령님께서 보훈을 국정 주춧돌로 삼은 점에 대해 깊은 감사와 함께 무거운 책임을 느낀다"며 "감사하고 감개무량하다"고 말했다.
이어 "국가를 위한 희생이 폄하되거나 홀대받지 않고 온전히 대우받는 보훈 문화를 조성하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 하겠다"고 밝혔다.
박진 외교부장관은 재외동포청 설치에 "주무부처 장관으로서 깊은 감사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박 장관은 "외교부는 관계부처와 긴밀히 협조하면서 타부조직과 인력을 설계하고 직제 등 관련 법령을 정비하여 출범에 필요한 후속 조치 완료할 계획"이라고 설명하며 "동포청 소재지는 정책 수혜자인 재외동포들의 편의와 접근성을 감안하여 최적의 입지를 선정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참석한 인사는 965년 수류탄 투척 훈련 중 이등병이 잘못 흘린 수류탄을 몸으로 막은 고(故) 강재구 소령의 배우자인 온영순 씨와 아들 강병훈 씨, 1968년 1·21 사태 때 북한 무장공비의 청와대 습격을 저지하다 전사한 고(故) 최규식 경무관의 아들인 최민석 씨와 손녀 최현정 씨, 2002년 제2연평해전 전사자 고(故) 윤영하 소령의 부모인 윤두호·황덕희 씨, 2010년 천안함 피격사건 전사자 고(故) 김태석 해군 원사의 딸 김해나 씨와 2010년 연평도 포격전 전사자 고(故) 서정우 하사의 모친인 김오복 씨, 2015년 DMZ 목함지뢰 폭발로 중상을 입은 김정원 육군 중사와 하재헌(예비역 육군 중사) 장애인 조정선수, 안중근 의사의 재종손인 안기영 씨, 조부와 부친이 독립운동가이자 유엔군 참전용사인 인요한 세브란스 국제진료소장 등이다.
제복근무자를 대표해서는 전북지방경찰청 최영희 경정, 튀르키예 대지진 해외긴급구호대로 참여한 중앙119구조본부 박종복 소방경, 2021년 2월 경북 경주 해상 어선 전복 사고시 에어포켓에 있던 선원 1명을 극적으로 구조한 포항해양경찰서 이장연 경위, 부녀 교정공무원인 법무부 교정본부 김효은 교위 등이 참석했다.
재외동포청 초청 인사로는 재외동포 권익신장을 위한 입법활동을 한 김석기 국회의원, 세계 한인 네트워크 구축에 기여한 김영근 세계한인네트워크 상임대표, 재외동포사회 교류협력 증진에 기여한 이영근 재외동포재단 기획이사가 함께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