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 피는 순서대로 대학들이 문을 닫는다.’
이른바, 대학가에서 떠도는 ‘벚꽃엔딩’이다. 학령인구 감소로 위기를 맞고 있는 대학가의 현주소를 말해준다. 몇 해 전까지만 해도 그저 우려에 그쳤으나, 이제는 정말 눈앞에 닥친 현실이 됐다. 실제로 올해 신입생 모집에서 지방대뿐만 아니라 서울 등 수도권에서조차 정원을 채우지 못한 대학이 적지 않다.
이 때문에 대학들은 해외 유학생을 적극적으로 유치하거나 평생교육원 혹은 산학협력단을 운영하는가 하면, 매력적인 장학제도를 앞다퉈 내놓는 등 자구책 마련에 노심초사하고 있지만 큰 효과를 보지는 못하고 있다. 급기야 정원조차 채우지 못하는 상황이 몇 년째 이어진 대학들은 다양한 생존 전략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대학마다 취업률을 비롯해 각종 자격 취득 같은 여러 지표들이나 기업 연계 등 신입생들의 관심을 끌 수 있는 유인책 마련에 사활을 걸 수밖에 없는 이유다.
특히 이 가운데 교육부나 한국교육개발원 등 정부나 주요 기관들이 대학정보공시를 통해 발표하는 취업률 등은 대학을 평가하는 주요 지표인만큼 남보다 앞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대학 간 경쟁이 날로 치열해지고 있다.
이 와중에 해마다 우수한 취업률과 국가고시 합격률 등을 내면서 신입생들이 몰리는 지방대학도 있다. 그 비결이 궁금할 수밖에 없다.
대전과 성남, 의정부에 3개 캠퍼스를 둔 을지대학교(총장 홍성희)가 그중 한곳이다.
이 학교는 작년말 교육부와 한국교육개발원이 발표한 2021년 고등교육기관 졸업자 취업통계에서 전국 4년제 대학 중 취업률 1위(대학정보공시 2021.12.31. 기준, 졸업생 수 1,000명 이상, 본교·분교·캠퍼스 통합 시)를 기록했다. 79%의 취업률로 전국 4년제 대학 평균 취업률(64.2%)을 14.8%p나 웃돈다.
취업에 꼭 필요하거나 유리하게 작용하기 때문에 대학들이 총력을 기울이는 각종 국가자격시험에서도 빼어난 성과를 거두고 있다.
의사국가시험을 비롯해 1급 응급구조사, 안경사, 치위생사 국가시험 등에서 응시자 전원이 100% 합격했다. 이 가운데 응급구조사 국가시험과 병원행정사 자격시험에서는 전국 수석을 차지했다.
특히 얼마 전 발표된 제63회 간호사 국가시험에서 을지대학교는 22년 연속 응시생 전원 100% 합격하고 전국 수석자까지 배출하는 기염을 토했다. 즉, 1998년 간호대학이 개설된 이래 졸업생이 처음으로 간호사 국가시험을 치른 2002년 1기 졸업생부터 올해까지 총 2,534명이 응시해 매년 단 한 명의 탈락자 없이 합격률 100%를 유지한 것이다.
덕분에 신입생 모집도 순조롭다. 이 학교의 23학년도 신입생 충원율은 지난해에 이어 100%를 달성했다. 교육부와 한국교육개발원의 지난해 4월 1일 기준 ‘2022년 교육기본통계’에 따르면 국내 전체 고등교육기관의 신입생 충원율은 84.8%에 머물렀다.
을지대가 속한 을지재단은 ‘보건·의료’의 외길만 걸어온 국내 굴지의 의료·교육재단이다. 덕분에 재단 내 4개의 의료원은 대학에 실질적인 교육의 장이 됐다. 연계 실습교육은 물론이고 대학-의료원 간 공동연구도 활발하다. 이렇게 교육 노하우는 쌓이고 인적 네트워크는 촘촘해져 이 학교만의 저력이 됐다. 보건·의료 특성화 대학을 주창하는 타 대학들의 부러움을 사는 이유다.
보건·의료 분야는 늘 향후 유망분야로 주목받는다. 그 가운데 을지대는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하며 지속적인 혁신을 추구해왔다. 대표적인 예로 응급구조학과, 장례지도학과, 중독재활복지학과 등 국내 최초 혹은 유일의 학과를 꾸준히 개설해온 것을 꼽는다. 최근에는 4차 산업혁명 시대 인재양성을 위해 보건·의료와 빅데이터를 결합한 ‘빅데이터융합학과’를 신설했다.
홍성희 을지대 총장은 “을지대학교가 이뤄낸 모든 성과는 보건·의료 교육 한 길만 걸으며 축적된 을지만의 교육 비결과 을지대학교의료원을 활용한 실무중심형 교육 성과”라며, “앞으로도 ‘인간사랑·생명존중’의 건학이념을 바탕으로 사회가 필요로 하는 보건·의료 인재양성의 산실이 되도록 더욱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