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장애 아들 키운 어머니 이정미씨 인터뷰 "우주는 최고 선물…존재 자체만으로 감사" "우주가 빛과 소금같은 사람이 되길 소망"
"우주는 제게 온 최고의 선물이에요. 우주가 없었다면 저는 평생 '존재 자체만으로 감사하다'는 말을 모르고 살았을 거에요. 제게 와 준 이 아이에게 감사하고 사랑한다는 말만 해주고 싶어요"
서울의 한 대학교에서 생명과학 분야 연구원으로 일하고 있는 이정미(39)씨에게는 발달장애 아들이 있다. 선천성 뇌기형으로 언어 표현이 서툴고, 근육 발달이 더뎌 걸음에 어려움을 느끼고 있다. 올해 9살 된 전우주군이다.
우주군은 지하철, 버스 등 교통수단을 타길 좋아하고, 부모님과 함께 마트에 가서 장을 보는 것도 즐거워한다. 특히 웃을 땐 눈썹이 둥그렇게 말리고 입술이 활짝 벌어져 그의 미소는 주변 사람들에게 행복을 준다고 한다.
장애인의 날인 20일 발달장애 자녀를 키우고 있는 보호자의 목소리를 들어보기 위해 이씨와 수화기 너머로 만났다.
우주군이 세상에 적응하기까지 어머니 이씨는 수없이 많이 무너졌다고 한다. 태중의 아이가 선천성 뇌기형으로 발달 장애 가능성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6년 전에는 우주가 '자폐성 장애'라는 발달검사 결과지를 받아들었다.
평생 발달장애를 '낙인'으로 삼고 살아야 할 우주가 불쌍해 눈물로 몇날며칠을 보냈다. 또 스스로도 이 상황을 버틸 수 있을지 막막했다고 한다.
이씨는 "그때는 일주일 정도 눈물이 멈추지 않았고 제정신도 아니었다"며 "저 때문에 이 아이가 고통받는 것은 아닌지 죄책감이 저를 괴롭혔고, '평생 아이를 책임지고 살아야 하나', '내 인생은 어떡하지' 등 미래에 대한 걱정과 불안도 너무 컸었다"고 눈물을 보였다.
실제로도 우주군을 키우는 일은 도전의 연속이었다. 이씨는 "우주는 의사소통에 한계가 있어 힘들 때가 많았다"며 "특히 뭔가를 원하는 것 같은데 그게 무엇인지 명확히 표현하지 못해 본인 스스로 화를 낼 때도 있었다"고 말했다.
또 "우주가 커가면서 힘이 강하져 이상 행동을 할 때도 힘에 부친다"며 "우주를 혼자 둘 수 없어 계속 사람을 붙여놔야 하는데 이 부분도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 힘들 때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 아이보다 하루 늦게 죽는 게 소원이라는 말을 다른 발달 장애 자녀를 둔 부모님들이 한다더라"며 "내가 죽으면 내 아이는 어떻게 되는 거지라는 불안이 엄습할 때도 있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동시에 이씨는 우주군을 키우며 수없이 많은 행복을 느꼈다고 한다. 우주군을 '최고의 선물'이라 표현하는 이유다.
이씨는 "어느날 제 품에서 새근새근 잠을 자고 있는 우주를 보며 우주가 살아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그 존재 자체만으로도 감사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며 "우주는 특별함을 가지고 제게 온 최고의 선물이다"고 말했다.
또 "우주가 아니었다면 저는 아픔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이 됐을 것"이라며 "우주 덕분에 저밖에 모르던 제 세상은 부서지고 아픔도, 슬픔도, 기쁨도 더 넓게 보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제가 우주를 통해 감사와 행복을 느끼는 것처럼 다른 많은 사람들에게도 우주가 빛과 소금같은 사람이 되길 소망한다"고 말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이씨는 발달 장애아를 자녀로 둔 다른 부모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고도 했다.
이씨는 "저와 같은 상황에 있는 부모들에게 '아이가 처음에 왔을 때 그 기쁨을 잊지 말았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해주고 싶다"며 "내 자녀가 분명히 다른 사람에게 선한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데 그 부분에 대한 소망을 가지고 살았으면 좋겠고, 때로는 힘들고 지치더라도 아이 자체를 감사함으로 같이 키워갔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