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성 발달 장애인 자폐스펙트럼장애(Autism Spectrum Disorder·ASD) 소아청소년에서 나타나는 불면 등 다양한 수면 문제가 자폐의 핵심 증상, 문제 행동들과 관련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용인세브란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희연 교수, 세브란스병원 소아청소년과 신재일 교수·소아정신과 천근아 교수 연구팀은 약물을 복용하지 않는 ASD 소아청소년을 대상으로 수면 문제의 특성을 확인하는 메타분석 연구를 진행한 결과 이 같은 사실을 확인했다고 8일 밝혔다.
연구팀은 2021년 3월 기준으로 2000~2021년 발표된 16개 논문의 자폐스펙트럼장애 환자 981명과 정상 발달 아동 1220명을 대상으로 시행된 수면다원검사, 액티그래피 등 수면 검사와 수면 설문 결과를 바탕으로 연구했다.
그 결과, ASD 소아청소년은 정상 발달 중인 또래에 비해 잠들기 어렵고 수면 효율이 떨어지며 전체 수면 시간이 짧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잠자는 것처럼 보이지만 뇌파는 깨어 있는 '렘(REM) 수면'이 적고 주간 졸음을 더 많이 호소하는 특성을 보였다.
연구팀이 또 밝혀진 특정 수면 문제들이 자폐 증상, 행동 문제와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2022년 4월 기준으로 2005~2022년 발표된 22개 논문의 자폐스펙트럼장애 환자 2655명의 데이터를 활용해 메타분석한 결과 여러 수면 문제들은 자폐의 핵심 증상과 행동 문제와 깊은 연관성을 가지는 것으로 파악됐다.
수면 관련 불안과 입면 지연은 자폐의 핵심 증상 중 하나인 제한된 관심사에 대한 몰두와 반복 행동과 연관이 있었다. 밤에 자주 깨는 것은 공격적 행동, 기분·불안·주의력 문제 등 다양한 문제 행동과 연관이 있었다. 또 주간 졸음을 많이 경험하는 아동의 경우 더 높은 비율로 기분·불안 문제를 동반했다.
김 교수는 “두 건의 연구를 통해 ASD 소아청소년들이 다양한 수면 문제를 겪고 있고 수면 문제가 잠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닌 자폐 증상, 행동 문제와도 긴밀히 연관돼 있음을 알 수 있었다”며 “ASD 소아청소년의 수면 문제에 개입해 자폐 증상을 호전시키고 삶의 질을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자폐스펙트럼장애는 사회적 의사소통의 결함, 제한된 관심사, 반복적 행동 등을 특징으로 하는 신경 발달 장애다. 지난해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ASD 유병률은 36명당 1명으로 매년 증가 추세다. 국내 유병률도 약 2% 내외다.
ASD 환자의 40~80%가 수면 문제를 겪고 있고, 수면 문제는 수면 영역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자폐 증상과 문제 행동들과도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것으로 알려져 왔다.
이번 연구 결과는 ‘에피디미알러지 앤 시키애트릭 사이언스(Epidemiology and Psychiatric Sciences)’와 ‘유러피안 차일드 앤 애덜레슨트 시키애트릭(European Child & Adolescent Psychiatry)’에 각각 소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