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년도 복지 기준선이 되는 기준중위소득을 역대 최대로 인상한데 이어 이달 말에는 자동차 재산기준과 부양의무를 추가로 완화하는 방안을 추진한다.이를 통해 기초생활보장급여 사각지대에 있던 취약계층이 보다 기초생활보장급여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될 전망이다.13일 뉴시스 취재를 종합하면 보건복지부(복지부)는 이달 말 또는 내달 초 중앙생활보장위원회(중생보위)를 열고 '제3차 기초생활보장 종합계획'(2024~2026)에 이 같은 소득·재산 기준 완화안을 담아 확정할 예정이다.복지부는 지난달 73개 복지의 기준선인 내년도 기준중위소득을 6.09%(4인가구 기준) 인상했다. 지난해(5.47%)에 이어 2년 연속 역대 최고 수준이다. 생계급여 기준선도 7년 만에 2%포인트(p) 인상했으며 임기 내에 35%로 올릴 계획이다.이번 조치로 최근 1년간 최저생활보장 인상폭이 이전 정부 5년보다 커졌다. 앞서 문재인 정부에서의 생계급여 변동을 살펴보면 1인가구의 생계급여는 2017년 49만5879원에서 2022년 58만3444원으로 8만7565원, 4인가구는 134만214원에서 153만6324원으로 19만6110원 올랐다.올해 대비 내년도 상승분은 1인가구는 62만3368원에서 71만3102원으로 8만9734원, 4인가구는 162만289원에서 183만3572원으로 21만3283원 인상됐다. 작년 대비 2년간 상승폭은 1인가구 12만9658원, 4인가구는 29만7248원이다.
이번 기준중위소득 인상 등으로 정부는 지방비 약 3800억원을 포함해 약 2조원을 추가로 투입할 계획이다. 기존의 정부 부처·지자체 복지제도 중 유사하거나 중복된 제도는 구조개편을 통해 일부 필요한 예산을 확보해나갈 방침이다.
복지부는 이달 말 또는 9월 초 중생보위에서 확정할 '제3차 기초생활보장 종합계획'을 통해 추가 제도개선책을 내놓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자동차 재산 기준이다. 현재는 기초생활보장급여 수급자를 선정할 때 가구 소득인정액 산정 시 승용차는 일반재산의 소득환산율(월 4.17%)을 적용한다. 배기량 1600cc 미만으로 차령, 가액, 용도 등을 종합해 결정한다.
이 같은 요건 때문에 생계를 위해 차량을 보유하고 있거나 도서·산간 지역에 거주해 자동차가 필수적인 경우에도 수급자격이 박탈되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했다. 이번 종합계획에는 이 같은 자동차 재산 기준을 단계적으로 완화 또는 폐지하는 방안이 담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대통령실은 오는 21일까지 배기량 중심의 자동차 재산기준 개선 방안에 대한 국민참여토론에 부친 상태다.
부양의무 완화에 대한 관심도 높다. 부양의무자 기준은 수급권자를 부양할 책임이 있는 사람으로 자녀 및 그 배우자를 가리킨다. 현재 부양의무는 생계급여와 의료급여에 남아있다.부양의무자 기준은 단계적으로 완화·폐지되는 추세다. 지난 2015년 교육급여, 2018년 주거급여에서 부양의무자 기준이 폐지됐다. 2019년에는 장애인연금 수급 중증장애인이 부양의무자 가구에 포함된 경우 부양의무자 기준을 적용하지 않도록 했다.2020년에는 중증장애인 대상 생계급여에 부양의무자 기준을 대부분 폐지했다. 다만 자녀 등 부양의무자가 1억원 이상 고소득자거나 9억원 상당의 재산이 있는 경우 수급대상에서 제외했다. 지난해 1월에는 부양의무자 가구에 기초연금 수급 노인이 있는 경우 부양의무자 기준을 적용하지 않도록 했고 10월부터는 부양의무자 가구의 일반·금융재산, 승용차 소득환산율을 완화했다.시민사회에서는 부양의무를 완전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지속되고 있다. 기초보장 급여를 신청하면 자녀 등 부양의무자의 소득·재산 조사가 이뤄지기 때문에 불이익이 갈까봐 신청하지 않는 경우가 상당하고, 신청하더라도 약 60%는 부양의무자 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탈락하기 때문이다.복지부는 이번에 부양의무를 완전 폐지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다만 상대적으로 더 취약한 계층을 중심으로 부양의무를 추가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복지부는 이 같은 조치를 통해 기존에 기초생활보장급여 혜택을 받지 못했던 이들이 상당수 혜택을 받을 수 있을 거라 기대하고 있다. '2022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기준 수급자 수는 245만명, 가구 수로는 179만2000가구다. 약 40%는 노인이다.복지부 관계자는 "종합계획을 통해 소득·재산 기준을 3년 동안 단계적으로 완화해나갈 방침"이라며 "수급자격을 얻는 취약계층 수도 더 늘어날 것"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