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년 전 아내에 첫눈에 반해 반년간 쫓아다닌 끝에 결혼에 골인했어요. 그만큼 사랑하니까 더 의미 있는 선물을 해 주고 싶어서 고민하던 중 '어려운 이웃을 돕자'는 생각이 들어 기부를 시작한 거예요."
장민준(56) 올레인터내셔널 대표는 최근 사회복지법인 밀알복지재단에 누적 1억원 이상을 기부하거나 기부를 약정한 개인 고액후원자 모임 '컴패니언 클럽' 1호로 선정됐다. 모임 이름에는 재단과 후원자, 비장애인과 장애인의 동행(companion)이라는 의미가 담겼다.
장 대표는 20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한 번 후원을 시작하니 어려운 분들이 자꾸 눈에 밟혔다"며 "힘닿는 데까지 도와 보자는 생각으로 했는데 어느새 여기까지 왔다"고 말했다.
그는 2013년 1월 거리에서 만난 밀알재단 후원 캠페인 부스를 통해 월 1만원씩 기부를 시작했다. 이를 계기로 그해 3월 생일을 맞은 아내 강문정(58) 올레인터내셔널 이사에게 '기부 선물'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때부터 매년 아내 생일 때마다 재단에 1천만원을 냈다.
"보통 생일 선물이라면 근사한 곳에서 먹는 저녁이나 비싼 보석을 떠올리기 마련이지만 그런 것들은 별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어려운 이웃, 그중에서도 돈이 없다는 이유로 치료를 못 받는 장애아동을 위한 기부를 선물로 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내의 고향인 제주의 방언인 '올레'(좁은 골목)를 사명에 붙였을 만큼 아내 사랑이 남다르다는 그는 "아내 생일과 결혼기념일이 비슷한 시기인데, 기쁜 두 날을 맞아 세상을 위해 나누자는 의미를 담았다"고 말했다.
부인 강 이사는 "생일과 결혼기념일에 기부를 이어오면서 행복의 가치를 좀 다르게 느낄 수 있게 됐다"며 "조그맣게 시작한 것인데 컴패니언 클럽으로 선정해 높이 봐주시니 너무 감사하다"고 했다.
힘겨웠던 어린 시절과 고된 청년기를 거쳐 노력 끝에 현재의 위치까지 왔다는 장 대표는 이제 '1호 후원자'의 사명감과 책임감으로 후원을 이어갈 것이라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장애 영유아를 위한 의료비 지원에 더욱 집중하며 조금 더 작은 자리를 위해 손을 내밀겠다"고 말했다.
"기부는 '메아리'라고 생각합니다. 열심히 기부하면 받은 분들이 다시 메아리가 되어 이어가는 것이니 기부를 주저하시는 분들이 있다면 어서 와서 함께하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