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력을 잃고도 기억과 촉감에 의존해 캔버스 위에 활기찬 그림을 그려내는 시각장애인 화가 마누엘 솔라노(36)의 국내 첫 개인전이 열린다.
서울 종로구 소재 페레스프로젝트는 30일부터 솔라노 작가의 개인전 '파자마'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솔라노 작가는 2014년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HIV) 합병증으로 시력을 잃었지만, 자신만의 방식으로 꾸준히 작품활동을 이어오고 있는 멕시코 출신 화가다.
많은 작가가 눈으로 이미지를 보고 이를 조합해 화폭에 옮기곤 하지만, 그는 머릿속에 생생하게 남아있는 단편적인 기억을 재구성해 작품을 만들어낸다.
앞이 보이지 않기 때문에 캔버스 위에 못과 핀, 줄을 걸어두고 이를 따라 그림을 그리는 식의 촉감 의존형 작업 방식도 고안해냈다.
이 같은 방식으로 그려낸 그림들은 사진처럼 정교하지는 않아도, 독특한 활기를 품고 있다.
헐렁한 잠옷을 입고 익살스러운 포즈를 취한 어린 솔라노, 가장 친한 친구와 나눈 귀여운 입맞춤, 동생을 촬영하는 어머니의 뒷모습 등 작가가 올해 완성한 다양한 회화 작품들이 이번 전시를 통해 소개된다.
작가의 가족들이 촬영했던 홈비디오 등을 조합해 만든 영상 작품도 볼 수 있다.
전시 기간에는 작가가 어릴 적 사용한 몬테소리 교구를 활용한 퍼포먼스도 선보일 예정이다.
전시는 내년 1월 14일까지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