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배드민턴 에이스 권현아(34·한국장애인고용공단)는 '피겨퀸' 김연아와 남다른 인연이 있다.
군포 수리고 2학년 재학 시절 같은 반에서 공부한 동창이다.
권현아는 25일 '2024년 대한장애인체육회 국가대표 훈련 개시식'이 열린 경기도 이천선수촌에서 취재진과 만나 "당시 (김)연아는 세계적인 선수였고, 워낙 바빴기 때문에 날 기억하지 못할 것"이라며 "당시엔 그저 선망의 대상으로만 바라봤다"고 했다.
권현아는 다른 친구들처럼 김연아에게 사인을 받거나 함께 사진을 찍지도 못했다.
그는 "당시엔 소극적인 성격을 갖고 있었다"고 했다.
권현아는 여섯 살 때 장애인이 됐다. 낙상 사고로 척수를 다쳤다.
어렸을 때부터 휠체어를 탄 권현아는 다른 장애인 어린이들처럼 조용하게 학교에 다녔다.
초등학교 때는 체육 활동에도 참여하지 못했다.
그는 "다른 친구들이 체육을 하러 운동장에 나갈 때 난 교실을 지켰다"라며 "선생님이 함께하자고 권유하셨지만, 그런 용기를 내지 못했다"고 했다.
권현아의 조용한 성격은 중학교, 고등학교에 다닐 때도 바뀌지 않았다.
웹디자이너로 일하던 권현아는 남자친구인 최원근 씨를 만난 뒤 인생이 달라졌다.
그는 "남자친구는 휠체어 수리 관련 업무를 했는데, 8년 전 휠체어를 고쳐주다가 교제하기 시작했다"라며 "남자 친구 권유로 함께 휠체어 럭비를 배운 것이 장애인 체육에 입문하게 된 계기"라고 말했다.
스포츠의 매력에 흠뻑 빠진 권현아는 다른 종목들도 섭렵했고, 배드민턴에 소질을 발견했다.
권현아의 삶은 180도 변화했다. 그는 한국 최고의 장애인 배드민턴 선수로 성장했고, 삶의 무대는 세계로 넓어졌다.
그는 "김연아와 함께 학교에 다닐 때는, 패럴림픽에 출전하게 될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라며 "'좀 더 어린 나이에 체육활동을 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라는 생각도 한다"고 말했다.
그러고는 "많은 장애인 어린이가 남의 시선을 신경 쓰지 말고 밖으로 나와 활발한 활동을 했으면 좋겠다"라며 "스포츠는 삶 자체를 변화시킬 것"이라고 했다.
2022 항저우 장애인아시안게임 동메달리스트인 권현아는 2024 파리 패럴림픽에서 2개의 메달을 바라보고 있다.
그는 "단식은 동메달, 여자 복식은 은메달을 목표로 잡고 있다. 꼭 메달을 딸 것"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권현아는 "파리 패럴림픽이 끝나면 메달을 들고 8년 동안 만난 남자친구에게 프러포즈할 것"이라며 "올해 결혼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어 "언젠가는 (김)연아와도 만나고 싶다"라며 미소를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