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부가 북한이탈주민의 로스쿨 입학 문턱을 낮추고 학비를 지원하며 의사 출신 탈북민의 국내 면허 취득도 도울 방침이다.
또 미래세대가 자유민주주의와 인권에 입각한 통일관을 갖도록 교사 대상의 통일교육 의무화를 추진한다.
김영호 통일부 장관은 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이런 내용이 포함된 올해 업무 추진계획을 발표했다.
우선 탈북민의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등록금을 지원할 수 있는 근거 법령을 마련하고, 로스쿨 입시 '특별전형(정원의 7%)'에 탈북민 선발을 적극적으로 고려해달라고 교육부에 요청할 계획이다.
지금도 탈북민은 특별전형 대상이지만, 활성화돼 있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현재까지 국내에 들어온 탈북민 3만4천명 중 변호사는 2명에 불과하다.
통일부 관계자는 "국내 기반이 취약한 탈북민에게는 로스쿨의 높은 입학 요건과 비싼 학비가 더 큰 부담으로 작용하므로 정부가 탈북민의 로스쿨 입학 문턱을 낮추는 데 도움을 주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장애인·국가유공자 자녀 등 다른 특별전형 대상도 있는 상황에서 탈북민만 더 뽑아달라는 취지라면 공정성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나올 수 있다.
이에 대해 김영호 장관은 "북한에서 태어났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자유를 행사할 수 없었고, 역량을 키울 수 없었던 사람들이 탈북민"이라며 "탈북민이 전문성을 가질 수 있도록 우리 사회가 지원하는 것은 공정 사회 측면에서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북한에서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 등 의료인으로 일한 탈북민이 국내에서 관련 자격을 원활하게 취득하도록 실기실습기관 확대도 추진한다.
북한 의사가 국내 의사 면허를 따려면 보건복지부의 심의를 거쳐 의사 국가고시 응시 자격을 얻은 후 실기시험을 포함한 국가고시에 합격해야 한다.
남북 의료 관행이나 용어가 크게 달라 실기실습이 필요한데 탈북민이 시험에 대비해 실습할 수 있는 기관이 의대와 치과대학 각 1곳뿐이며 그나마 수도권에는 없기 때문이다.
통일부는 또 일선 교육 현장에 제공하는 통일교육 기본교재에 자유민주주의와 인권 가치에 관한 내용을 보강하고, 현재 중앙부처·자치단체 공무원에게 의무화된 통일교육을 교사로 확대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납북자, 억류자, 미송환 국군포로 문제와 북한 인권 실태를 국내외에서 부각하는 노력에도 박차를 가한다.
김국기(2014년 10월 억류)·최춘길(2014년 12월) 선교사 억류 10년, 세계인권선언 기념일(2012년 10월) 등 계기 때마다 북한 당국에 국민의 생사 확인과 송환을 강력히 촉구할 예정이다.
6·25전쟁 후 납북 피해 가족 가운데 피해 위로금을 받지 못한 이들을 찾는 작업도 적극적으로 전개할 계획이다. 통일부는 피해 위로금을 받지 못한 납북 피해를 98건으로 추정했다.
이산가족과 관련해서는 고령화를 감안해 실태조사 주기를 기존 5년에서 3년으로 단축하고, 2026년으로 예정됐던 4차 실태조사 시점을 2년 앞당겨 올해 실시하기로 했다. 현재 생존한 이산가족 중 68%가 80세 이상 고령이다.
올해 북한인권보고서에는 북한이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에 사회통제를 강화하고자 도입한 '반동사상문화배격법' 시행 실태, 해외 파견 노동자 착취, 강제 북송, 코로나19 방역 조처로 인한 인권 유린 등을 고발하는 내용을 담을 방침이다.
북한 인권의 랜드마크로 설립하는 국립북한인권센터는 2026년 개관을 목표로 올해 부지 매입과 건축설계를 진행하고, 고양시에 들어서는 통일정보자료센터는 이르면 올해 말 착공해 당초 일정보다 1년가량 늦어진 2027년 개관할 계획이다.
통일부는 국제사회가 지지하는 통일 정책을 추진하겠다며 부 창설 이래 최초로 해외 유명 여론조사기관과 협력해 '글로벌 통일인식 실태조사'를 실시하겠다는 계획도 세웠다.
김영호 장관은 독일 통일에서도 국제사회의 지지가 중요한 역할을 했다며 앞으로 10여개국에서 한반도 통일에 관한 여론 조사를 매년 실시해 정책 수립에 필요한 자료를 축적해나가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