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권도를 통해 삶의 희망을 찾고, 더 나은 미래를 향해 달려가는 이가 있다.
도쿄하계패럴림픽 대회(장애인올림픽) 태권도 종목에 출전하는 파르페 하키지마나(33)의 이야기다.
하키지마나는 30일 국제패럴림픽위원회(IPC)가 발표한 도쿄패럴림픽 난민팀 6명의 선수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그는 이브라힘 알 후세인(수영), 알리아 이사(곤봉던지기), 아나스 알 칼리파(카누·이상 시리아), 아바스 카리미(아프가니스탄·수영), 샤흐라드 니사이푸르(이란·원반던지기)과 함께 8월 24일 개막하는 도쿄패럴림픽에 출전해 전 세계에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한다.
동아프리카 부룬디 출신인 하키지마나는 내전으로 인해 상상조차 힘든 비극적인 일을 많이 겪었다.
8살이던 1996년, 그가 살던 마을은 반군의 공격을 받아 쑥대밭이 됐다. 이 공격으로 어머니가 세상을 떠났고, 하키지마나는 심각한 총상을 입었다.
하키지마나는 왼쪽 팔을 심하게 다쳐 장애인이 됐다.
그는 2년 동안 병원 신세를 졌지만, 장애를 피하지 못했다.
하키지마나는 "당시 아프리카의 의료시스템은 매우 좋지 않았다"며 "생명을 건진 것만으로도 감사해야 했다"고 말했다.
그의 인생은 16살 때 완전히 변했다. 재활 목적으로 접한 태권도는 그의 삶을 변화시켰다.
그는 IPC를 통해 "태권도를 배우면서 삶의 의지를 불태울 수 있었다"며 "태권도는 나를 일으켜준 고마운 것"이라고 말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하키지마나는 태권도를 배우면서 화합과 단결의 가치를 깨닫게 됐다.
그는 "태권도를 여러 사람과 함께 배웠는데, 그 속에선 부족 간의 갈등, 정치적인 차별 등이 없었다"고 말했다.
하키지마나는 2008년 아버지가 별세해 집안의 가장이 됐고, 2년 뒤 태권도 교습학원을 차렸다.
학원을 운영하기는 쉽지 않았다. 내전이 심해졌기 때문이다.
그는 2015년 가족을 이끌고 부룬디를 탈출해 르완다 난민 캠프에 새로운 터전을 꾸렸다.
상황은 좋지 않았다. 당장 끼니를 걱정해야 할 만큼 경제 사정이 나빴다.
그러나 하키지마나는 태권도 지도를 포기하지 않았다.
그는 난민들을 모아 태권도를 가르치기 시작했다. 한두 명으로 시작한 태권도 교습소엔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IPC는 "현재 난민 캠프에는 6세 어린이를 포함해 약 150명이 하키지마나에게 태권도를 배우고 있다"고 전했다.
하키지마나의 태권도 교습소는 르완다를 넘어 장애인 스포츠계에 많은 화제를 모았다.
하키지마나는 태권도 인도주의 재단, 르완다 태권도협회, IPC의 도움을 받아 전문적인 훈련을 받게 됐다.
그는 2017년 아프리카 장애인태권도선수권대회에 출전해 8강 진출에 성공했고, 2018년 르완다 컵대회에선 우승을 차지하며 기량을 인정받았다.
척박한 환경에서 난민들에게 희망을 전달하는 하키지마나는 이제 큰 무대로 이동해 메시지를 전할 계획이다.
IPC의 난민팀 최종 명단에 이름을 올린 하키지마는 "아무리 힘들더라도 희망이 있다면, 삶은 행복해진다"며 "희망은 나뿐만 아니라 내 주변까지 영향을 줄 수 있는데, 그 희망의 가치를 이번 패럴림픽에서 전달하고 싶다"고 말했다.
한편 태권도는 이번 도쿄패럴림픽을 통해 처음으로 패럴림픽 정식 종목이 됐다.
도쿄 패럴림픽에서 태권도는 상지 절단 장애인들이 치르는 겨루기만 한다.
남녀 3개 체급씩, 총 6개의 금메달이 걸려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