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움이 필요해 360번이나 112에 전화를 걸었지만 아무말도 하지 못한채 끊기를 반복했던 한 지적장애인이 경찰과 관계기관의 세심한 관심으로 위기에서 벗어났다.
18일 제주동부경찰서에 따르면 지적장애인 40대 A씨가 112로 부쩍 신고를 많이 하자 이상하게 여긴 관할 파출소가 지난 2월 27일 동부서 여성청소년과로 지원을 요청했다.
A씨는 2월 한 달 동안 내용을 알 수 없는 112 신고 360여건을 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경찰과 유관기관은 이튿날인 2월 28일 긴급 사례 회의를 열어 지원책을 논의하고, 2월 29일부터 3월 4일 사이 3차례에 걸쳐 A씨 가정을 합동 점검했다.
하지만 A씨 행방은 찾을 수 없었다. 집안을 확인해보니 먹다 남은 컵라면 등 쓰레기가 방치돼있고, A씨 모친은 외부인과의 접촉이나 대화를 거부했다.
경찰은 A씨가 먹거리를 찾아 집을 나가 혼자 배회하는 것으로 보고 수색에 나서 하루 만인 3월 5일 제주공항에서 쓰레기통을 뒤지며 배회하던 A씨를 발견했다.
당시 그는 며칠간 제대로 된 음식을 먹지 못한 데다가 영양결핍에 따른 고위험 빈혈 등으로 생명이 위험한 상태였다. 키가 175㎝인데 몸무게가 45㎏에 불과할 정도였다.
A씨는 긴급수혈 등 응급치료와 병원 입원 치료를 받아 현재는 퇴원해 보호시설에서 안정된 생활을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과정에서 지자체는 부친 연락처를 확보해 치료를 위한 보호자 동의를 받고, 경찰은 제주보안관시스템(JSS)의 수혜금을 활용해 응급치료비와 생필품 구입비 180만원을 지원하고, 보호시설은 장기보호에 나서는 등 유관기관이 유기적으로 대응했다.
A씨는 최근 모친이 장애인보호시설에 가지 못하게 하는 등 외부인과 접촉하지 못하게 하자 112 신고를 반복하고, 몰래 집을 나와 길거리를 배회한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 관계자는 "A씨의 112신고는 살겠다는 의지를 갖고 경찰에 도움을 요청했던 것으로, 치료 과정에서 수화기 너머로 '엄마 나 살고 싶어'라는 말을 했을 때는 주위 사람들이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고 전했다.
박현규 동부경찰서장은 "의사 전달이 힘든 장애인의 신고는 특히 민감하게 보고 신속하고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며 "앞으로도 장애인보호기관 등 관계기관과 함께 장애인 안전과 인권 보호를 위해 힘쓰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