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장애인거주시설 부모회가 정부의 탈시설 정책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전국 장애인거주시설 부모회는 10일 정부세종청사 보건복지부 건물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중증발달장애인에 대한 탈시설 정책을 즉각 철회하라"고 말했다.
중증발달장애의 경우 24시간 돌봄이 필요해 시설 도움 없이 생활하는 데 한계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같은 다양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일방적인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날 자유발언에 나선 발달장애인 가족이자 경기도 내 특수학교 교사로 일하는 A씨는 "발달장애 학생들이 무력해지지 않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교육이 필요하다"면서 "그러나 시설을 다니지 못하는 발달장애 학생들은 학교 졸업 후 집에만 머물며 이 모든 것이 끊겨 삶의 질이 계속 낮아진다"고 말했다.
이어 "동교 중증장애인과 이들의 특성을 잘 알고 체계적인 프로그램을 지속하는 선생님들이 함께 공동체를 이루며 살아가는 시설이 감옥인지, 1인 활동보조인의 감시 속에 갇혀있는 개인생활주택이 더 감옥같을 지 탈시설을 주장한 정치인들과 활동가들은 한 번 잘 생각해보길 바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주장은 지난달 올라온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 올라온 '시설퇴소는 우리에게 사형선고'라는 제목의 청원에서도 나타난다.
중증발달장애를 가진 30세 아들과 살고 있다는 청원인은 "거주시설의 입소 정원이 축소되는 과정에서 보호가 필요한 장애인들이 보호를 받지 못하는 상황들이 발생하고 있다"면서 "중증발달 장애인에게 더 좋은 환경을 제공하고 사람답게 살게 해주겠다는 탈시설 정책이 그 가족까지 죽음으로 몰아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청원인은 "정부가 얘기하는 탈시설 정책은 다양한 장애 유형을 고려하지 않고 탈시설만 하면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는 것처럼 포장하는데 장애아이와 살면서 받은 수많은 눈총과 경멸의 말들이 떠오른다"며 "이 사회가 장애인에게 얼마나 야만적인 사회인지 직시하고 탈시설 정책을 시행하기 전 장애인에 대한 인식개선 사업부터 실시하라"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그는 청원에서 "현재 시설에서 안정적으로 생활하고 있는 중증 발달장애인에 대해 일률적인 탈시설이 아닌 자연감소 정책을 시행해야 한다"며 "장애인의 인권을 위해 투명하고 합리적으로 운영되는 시설에서 안정적으로 살아가는 것도 행복할 수 있는 만큼 중증발달장애인이 시설에서 거주할 권리를 보장해달라"고 강조했다.
해당 청원은 이날까지 총 2만여 명의 동의를 받은 상태다.
한편, 정부는 이달 초 제23차 장애인정책조정위원회를 개최해 '탈시설 장애인 지역사회 자립지원 로드맵'을 심의·확정했다.
로드맵에는 2022년부터 2024년까지 3년 동안 시범사업을 통해 탈시설·자립지원 기반 여건을 조성하고, 2025년부터 본격적인 탈시설 지원사업을 추진하겠다는 내용 등이 담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