톡 톡, 투두득 투두득,
후두둑, 주룩주룩, 쏴~
오늘 비의 시작이 그랬습니다.
잠시 지나는듯 하던 비가 제법
큰 비로 바뀝니다. 온 종일을,
치과 진료로 올라 가야 하는데,
태풍이 온다기에 다시 짐을 풉니다.
지켜야 해서.
바람이 불어 방향없이 흩 뿌리거나
들이치는 비는 심란하지만 요동없이
일자로 내리는 비는 왠지 슬퍼 보입니다.
난 그런 비를 슬픈 비라고 부릅니다,
눈물 같아서...
비가 슬퍼 그랬는지 난 오늘 두개의
이별을 합니다. 그동안 너무도 살가웠던
살구에게 작별을 통보했습니다.
새끼를 낳고 간식을 주면 열심히 물어
나르던 착하디 착한 녀석이 변했습니다.
새끼를 낳고 바로 찾아와서 땟줄
자국부터 뒷 마무리 다 해주고
생선까지 넣어 몇날을 미역국을 끓여
산후 조리까지 했었는데,
화단에 살던 개구리 삐쭉이를
(입이 삐쭉 튀어 나와 붙인 이름)
물고 달아났습니다.
소리치며 말렸는데 화단안 삐쭉이의
삶터까지 침입해서, 네 다리를 쭉 펴고
축 늘어진체 물려가는 삐쭉이를 보았습니다.
첫번째 이별, 그래서 다시 돌아 온 살구에게
이별을 통보 했습니다. 이젠 오지 말라고
밥그릇 물그릇 다 치웠다고, 같은 가족에게
몹쓸짓 해서 싫다고, 오늘의 두번째 이별입니다.
그랬더니 예배실 입구에 벌렁 누워 배째라 하고
시위 중입니다. 잔인하고 뻔뻔한 여자 개,
삐쭉이가 살라고 화초들을 풍성히
키웠던 삐축이 집터 화단의 회초들을
다 뽑고 정리했습니다. 연못도 빗물 받이로
치웠습니다.
살구가 돌변한 이유도 있습니다.
귀여운 새끼 세마리 모두를 엄마인
살구와는 상의도 없이 분양을 했답니다.
물론 오가며 만난 어느 놈이 아비인지도
모르니 주인 할메도 힘들었겠지요,
가져간 분도 할메였던지 살구가 요즘
할메들만 지나가면 사납게 짖고 달려
들려고 했습니다. 말려도 듣지 않습니다.
슬픈비가 내리니 슬픈 일들이 겹칩니다.
어제 열심히 손 빨래를 해서 널었는데
슬픈비가 내립니다. 방으로 다시 들여
놓았지만 마를 분위기는 아니고...
갈아 입을 옷도 없고 태풍온다고
집에도 못가고, 에이 다 살구 너 때문이야
언제나 처럼 비가 올거라고 알려주려
나온 삐쭉이를 공격하고 도망간 집까지
쭞아가 공격하고 그래서 비올거 예상 못하고
쭈구려 앉아 손빨래 했는데...
살구가 밥을 안주니 길냥이들 밥을 먹네요
참 희한한 일은 이렇게 비가 많이 오는데
길냥이들 밥 그릇있는 곳은 비가 젖지를
않네요..
삐쭉이 안녕~(슬픈 표정으로)
살구는 안녕!(사납고 화난 표정으로)
비가 점점 더 거세지네,
아! 빨래... 제습기라도 돌려야 하나?
슬픈 비는 슬픈 일을 만든다...
하나님!
오늘 하루만 쬐끔
아주 쬐끔만
슬퍼도 되죠?
그놈 참! 시간도 많다.
슬플 시간이 어디있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