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장애인 고용 인원이 가장 많았던 국내 기업은 현대자동차인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3년 연속 2000명 넘는 수준을 유지하면서 1위를 차지했다.
1400명대의 장애인 직원을 고용한 삼성전자의 경우 2위 자리는 유지했지만 고용 규모가 다소 감소했다.
아울러 기업들이 장애인 고용률을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보고서 등에 명확하게 기재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앞으로 이 같은 부분이 투명하게 명시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한국CXO연구소는 국내 주요 기업 70곳을 대상으로 2018∼2020년 장애인 고용 현황을 분석한 결과 이같이 집계됐다고 26일 밝혔다. 조사는 ESG 및 지속가능경영보고서 등을 제출한 100여곳 중 장애인 고용 현황 등을 파악할 수 있는 70곳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고용률만 명시한 곳은 전체 직원 수에서 장애인 고용 인원을 별도로 산출했다.
조사 결과 국내 주요 70개 기업에서 고용한 장애인 직원 수는 2018년 기준 1만1704명에서 2019년 1만2304명으로 늘어난 데 이어 코로나19가 발생한 지난해에는 1만2598명으로 증가했다. 2018년 이후 2년새 900명 가까이 늘었다.
지난해 기준으로 장애인 직원을 가장 많이 고용한 기업은 현대차다. 현대차는 ESG보고서를 통해 지난해 국내에서만 2108명의 장애인을 고용했다고 밝혔다.
현대차는 2018년과 2019년에도 각각 2055명, 2076명으로 2000명대를 유지하면서 최근 3년 연속 장애인 고용 최다 기업을 유지했다. 2018년과 2019년 장애인 고용률은 각각 2.95%, 지난해는 3.12%였다. 민간기업 장애인 의무고용률 3.1%도 넘어섰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465명의 장애인을 고용해 두 번째로 많았다. 전체 직원 수에서는 삼성전자가 현대차보다 많지만 장애인 고용에서는 현대차에 미치지 못했다.
삼성전자가 제출한 ESG보고서에는 2018년 기준 장애인 고용 인원이 1538명, 2019년 1589명으로 전년 대비 51명 증가했다. 하지만 지난해에는 전년 대비 100명이 넘는 장애인 일자리가 사라지면서 1400명대로 감소했다.
삼성전자의 최근 3개년 장애인 고용률도 1.5∼1.6% 수준으로 1%대 수준에 머물렀다. 이런 점을 감안할 때 향후 3년간 4만명 정도의 대규모 고용 확대를 약속한 삼성전자가 장애인을 포함한 사회적 배려자 등의 채용에 어떻게 대처할 지도 관심을 끌 전망이다.
1000명대 미만 기업 중에서는 LG디스플레이가 700명대, 포스코가 500명대 수준으로 장애인을 다수 고용하는 그룹에 포함됐다. 하지만 두 기업 모두 2018년, 2019년과 달리 지난해 ESG보고서에 장애인 관련 항목 기재 방식이 '장애인 고용 인원'과 '장애인 고용률' 두 항목을 함께 명시하는 것에서 '장애인 고용율' 한 가지만 공개하는 것으로 바뀌어 역추산 방식으로 집계됐다.
이어 지난해 400명대로 장애인 고용에 앞장선 기업은 KT(488명), 기업은행(454명), LG전자(431명), 삼성SDS(413명) 등이었다. 300명대로 고용한 기업군에는 LG화학·LG유플러스(각 348명), KB금융그룹(340명) 등이 이름을 올렸다.
조사 대상 기업 70곳 중 장애인 직원을 100명 이상 고용한 곳은 지난해 기준으로 30곳이었다. 2018년과 2019년에는 각각 29곳, 31곳으로 집계됐다.
2019년 대비 지난해 장애인 직원 인원을 가장 많이 늘린 곳은 기업은행인 것으로 조사됐다. 기업은행은 2019년 379명에서 지난해 454명으로 1년새 75명(19.8%) 증가했다. 2018년 308명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최근 2년새 146명을 충원했다. 2018년 대비 지난해 장애인 직원이 100명 넘게 증가한 곳은 70곳 중 기업은행이 유일했다.
SK㈜도 2018년 58명, 2019년 102명, 지난해 144명으로 장애인 일자리가 계속 증가했다. 한미약품 역시 2018년과 2019년에는 장애인 직원이 4명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35명으로 확대됐다.
조사 대상 70개 기업 중 지난해 기준 장애인 고용률이 3%를 넘는 곳은 SK머티리얼즈(자회사 행복동행㈜ 포함)·LG유플러스·기업은행·삼성SDS·포스코·GS리테일·삼성카드·쌍용C&E·포스코인터내셔널 등 10곳 정도로 집계됐다.
SK머티리얼즈의 경우 고용률이 3.5%(21명)인 가운데 지난해 장애인 의무고용 미달에 의한 부담금이 전혀 발생하지 않았다고 공시했다. 현행 장애인의무고용제도상 민간기업의 장애인 근로자 의무고용 비율은 전체 근로자 정원의 3.1%이며 이를 준수하지 않을 경우 장애인 고용부담금을 납부하도록 돼있다.
오일선 CXO연구소 소장은 "점차 ESG경영이 확산될수록 다양성이 강조돼 장애인 등을 포함해 사회적 소수자 및 배려자 임직원 비중이 지금보다 더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아직까지는 장애인 고용 현황 기재 방식에 통일된 기준이 마련되지 않았다"며 "향후에는 '장애인 고용 인원'과 '장애인 고용률' 두 가지 항목에 대해서는 필수 기재하는 방안을 적극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