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구 대표팀의 정영아(42·서울시청)가 2020 도쿄패럴림픽에서 3회 연속 패럴림픽 메달에 도전한다.
정영아는 2012년 런던, 2016년 리우에서 연속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도쿄에선 부상 여파로 4강 진출이 목표라고 언급했지만, 출발은 좋다.
정영아는 26일 도쿄 메트로폴리탄 체육관에서 열린 단식예선(WS5)에서 중국의 판 지아민을 3-2로 제압했다. 27일 경기에서도 승리하면 조 1위로 8강 진출이다.
정영아는 경기전에 "시어머니가 보고 계실 거 같아 잘하고 싶은 마음이다. 출산과 코로나로 오랜만의 국제무대인데 못하는 모습보다 잘하는 모습을 보이고 싶다"라고 했다.
탁구는 패럴림픽의 대표적인 효자종목이다. 우리나라는 1960년 로마대회 이후 총81개(금메달 24개·은메달 28개·동메달 29개)의 메달을 수확했다. 직전인 2016 리우대회에서도 금메달 1개, 은메달 3개, 동메달 5개를 획득했다.
도쿄에선 금메달 2개, 은메달 4개, 동메달 5개를 목표로 하고 있다.
◇다음은 정영아와의 일문일답
-역대 패럴림픽에서 동메달만 땄는데, 이번 대회 목표는.
"도쿄패럴림픽 목표는 4강이다. 어깨부상이 있고 손목에 물이 차는 부상으로 훈련을 많이 못했다. 현실적인 목표를 잡았다."
-출산 후 복귀가 쉽지 않았을 텐데, 복귀 배경은.
"결혼하고 아기를 가질 때부터 아기를 낳고 복귀하겠다고 마음먹었었다. 임신하고 출산까지 17개월 정도 쉰 것 같다. 시어머니가 뒷바라지 해줄테니까 힘이 닿는 데까지 운동하라고 응원해주시고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신다."
-엄마가 되고 무엇이 가장 많이 달라졌나.
"전에는 나만 생각하고 운동에 전념할 수 있었는데, 엄마가 되니 가족을 많이 생각하게 된다. 우선순위가 바뀌게 됐다. 아기를 돌보는 게 1번이 됐다."
-워킹맘으로 힘든 것은.
"엄마의 손길이 필요한 아기를 떼어놓고 운동을 한다는 것과 같이 시간을 많이 못 보내주는 게 힘들고 마음이 짠하다."
-경력단절을 이겨내기 위한 조언을 한다면.
"나는 임신하고 출산하고 다시 돌아오기 위한 계획을 미리 세워뒀다. 그리고 그걸 실천하기 위해 노력했다. 흘러가는 대로 따라가면 다시 나올 수 없었을 거다. 머리로 계획을 세우고 그걸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코로나19로 선수촌 합숙이 길어지며 가족을 오랜 기간 못 봤을텐데, 많이 힘들진 않았나.
"이번 대회를 준비하며 코로나19로 오래 떨어져 있었다. 쉬는 시간마다 전화나 영상통화를 한다. 딸이 한 번씩 '엄마 거기서 뭐해?', '집에는 안와? 빨리 와!' 이럴 때가 있다. 그럴 때면 내 마음이 아프다. 하지만 나는 탁구선수다. 이기든 지든 또 할 것이다. 탁구를 손에서 놓지 않겠다."
-탁구의 매력은.
"다치고 나서 사고 후유증으로 약(진통제, 항우울제 등)을 3년 반 동안 먹었다. 의사가 약을 못 끊을 거라고 했고 끊으면 죽는다고 했었다. 그런데 나 스스로 6개월간 약을 먹지 않고 버텼다. 그리고 탁구를 하니 괜찮았다. 땀 흘리고 피곤하니 잠을 잘 잤다. 10년 넘게 지금까지 약을 먹지 않고 있다. 탁구를 하면서 건강해지고 결혼도 하고 아기도 낳게 됐다. 그 약을 지금까지 먹었다면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딸 하윤이를 만날 수 없었을 것이다."
-탁구를 하게 된 계기는.
"언니가 나를 지체장애인협회로 데려갔다. 협회에서 운영하는 프로그램에 참여해 1년 동안 컴퓨터 관련 자격증을 4개나 땄다. 그리고 취업도 했다. 그리고 협회에서 만난 언니를 따라 우연히 복지관에 갔다가 탁구를 시작했다. 그때가 2005년이다. 2006년부터 선수로 등록해 전국장애인체전에 나갔는데 2등을 했다. 이후 3년 동안 2등만 하다가 2009년 정상에 올랐다. 그때부터 출산하기 전인 2017년까지 국내 경기에서 한 번도 진 적이 없다."
-다른 종목 중에 하고 싶은 게 있는지.
"휠체어컬링을 했다. 복지관에서 탁구를 하고 있는데 컬링 선생님이 휠체어컬링을 하자고 했다. 하계는 탁구를, 동계는 휠체어컬링을 하면 된다고 했다. 그래서 6~7년 정도 휠체어컬링을 병행했다. 휠체어컬링을 하는 동안 8등에서 7등, 6등, 3등으로 올라갔다. 점점 실력이 늘어 국가대표를 경험했고 2010 밴쿠버 동계패럴림픽 국가대표 선발전에선 아깝게 1점 차로 우리 팀이 떨어졌다. 밴쿠버에서 우리나라가 은메달을 땄는데, 만약 출전했다면 우리나라 최초 동하계 패럴림픽 메달리스트가 될 뻔 했다. 이후 실업팀에서 스카우트 제안을 받은 적도 있었다. 지금은 탁구만 집중하고 있다."
-귀국할 때 목에 걸고 싶은 메달은.
"현실적으로 4강 안에 들어가는 목표를 잡았기 때문에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 메달색은 상관없다. 여기 출전한 선수들 모두 너무 잘한다."
-대회 이후 계획은.
"도쿄 대회를 마치고 은퇴하고 싶었는데, 박재형 감독님이 '너무 아깝다. 한 번 더 해보자'고 해서 파리패럴림픽까지 도전해 볼 생각이다. 같이 운동했던 문성혜 선수도 아이 셋을 낳고 돌아왔다. 전화해서 손잡고 같이 파리에 가자고도 했다. 단체전에서 메달 따고 에펠탑 앞에서 커피 마시기로 약속했다. 그때까지 열심히 하고 정상에서 내려오고 싶다."
-은퇴 후에는 무엇을 하고 싶나.
"나는 지도자보다 선수들을 서포트할 수 있는 스포츠행정을 하고 싶다. 관련한 공부도 하고 차근차근 준비해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