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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요일엔 좀 쉴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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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그래?
마침 비가 오시고,
마침 상담하러 오겠다 하시고,
마침 찬 거리가 하나도 없고,
마침 투정 부리고 어린양 피는
전화가 오시는데...그건 사치야,
오늘 새벽 먼동이 트는 광경은
정말 그럴듯 했고, 멋지고 아름답고,
오랜만에 나는 간식거리와 커피와
책을 펼치고 아무 때나 졸리면
잘 준비까지 해놓고 쉰다...고
쉬려...고 했는데...
지난 몇 주간 설립기념 예배에 쓸
자료들을 모으고 준비한다고
잠 못자고 그래도 감사로 잘 드렸으니
내 스스로 보상을 하려했는데.
'목사님 오늘 꼭 뵈야해서요,
아니면 죽을 것 같아요'
날 봐야 산다면 봐야지요.
근데 밥도 없고 반찬도 없고
라고 말은 못하고 이미 난
주방에 서있고 이것저것 뒤져서
된장국 끓이고, 남은 신김치에
두부 넣고 김치찜, 쌀씻어서 밥 하고,
비빔밥에 넣을 부추 겉져리 무치고
비로 바뀐 날씨로 도로 위에
쌓여 굳어버린 흙더미들 치우고
물고랑 내서 흙들이 다시 넘치지
않도록조치하고 페인 물웅덩이
메꾸고, 수시로 오는 전화 빗 속에서
뮤직비디오 처럼 받아내고.
(실제는 물에 빠진 생쥐? ㅎ)
'목사님 설사가 안 멈춰요'
'지난번에 교회에서 비상약 드렸죠?
거기 지사제라고 있어요 그거 드세요'
'지사제요?'
'주황색 엔터폴'
'목사님 애가 부딪혀서 넘어졌는데
팔을 못 움직여요 어떻해요?'
'얼른 정형외과로 가요 절대 화내지 말고
그럼 주변에서 애가 장애라고 유별떤다
하니까 침착하게'
'목사님이죠? 나 병원인데 빨리와요'
'누구신데요?'
'나 장애인 인데 오면 안되요? 빨리 와요'
'어디에 사시는 분이세요? 병원은?'
'여기 원주에요 원주 알아요?'
'어딘지는 아는데 주변에 교회에...'
'내가 장애인 이라고 무시하는 거에요?
그럼그렇게 사세요 씨...딸깍'
'목사님 저 실직한 청년인데 목사님
취직좀 시켜 주시면 안되요? 아니면
목사님 계신곳에 가서 살면 안되요?'
'혹시 장애인이신가요?'
'아니요 장애인만 도와 주나요?'
이런저런 전화 응대, 상담, 그리고
눈에 보이는 일들 하고나니 오후
네시 반...
월요일은 쉽니다.
아니 못 쉽니다.
그러고 보니 세수도 못했네
다행히 비를 맞아서 아무도 모를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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