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설, 정신병원 번번이 퇴소, 갈 곳 없자 마지막으로 광주행 전국 최초 최중증 발달장애인 융합돌봄센터서 전문적 돌봄 소통·교감 등 긍정적 지원으로 행동 수정 등 큰 변화 이끌어
"우리 아이가 살면서 처음으로 행복해하는 것을 보고 부모인 저희도 이제야 살 수 있다는 희망을 갖게 됐습니다. 하루 하루가 큰 감동이죠.”
지난 2월 광주에 터를 잡은 심모(60)씨 부부. 부부가 정든 고향을 등지고 낯선 광주를 찾은 이유는 아이를 살리고, 자신들도 살아야겠다는 절박함 때문이었다.
심씨의 아들은 29세로, 30대를 앞둔 성인이지만 1대 1 보살핌 외에는 부모가 함께 돌보기도 힘든 지적장애 1급, 최중증 발달장애인이다.
그동안 시설과 정신병원 등을 전전했지만, 도전적인 행동 탓에 몇 개월 만에 쫓겨나듯 번번이 퇴소당할 수 밖에 없었다.
집으로 돌아온 아들은 도전적이고 거친 행동을 보이기 일쑤였고, 부부는 사회생활은 물론이고 평범한 일상조차도 이어가기 힘들었다. 심씨는 "우리 부부는 점점 지쳐가며 스스로를 돌볼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고 우울증, 불안 증세가 찾아와 정신과 치료를 받기도 했다"고 했다.
그러던 중 광주시가 전국 최초로 최중증 발달장애인 융합돌봄 사업을 시작한다는 우연히 사실을 접하고선, 마지막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광주로의 이사를 결행했다.
아들이 맡겨진 곳은 최중증 발달장애인 융합돌봄센터. 최중증 발달장애인을 하루 24시간, 1년 365일 연중무휴로 돌보는 곳으로, 더 이상 갈 곳 없는 심씨 가족에게는 마지막 희망이었다.
24시간 1대 1 돌봄 덕분에 심씨 부부는 너무나도 오랜만에 소중한 일상을 되찾았다. 아들은 주중에는 센터에서 정서적 여가활동과 사회적응훈련, 일상생활훈련과 인지학습 등을 하고, 이후에는 지원주택에서 다음날 오전까지 식생활 등 자립생활에 필요한 사항들을 지원받는다.
특히, 특수교사와 사회복지사로 구성된 전문인력이 아들의 도전적 행동을 분석하고 긍정적 행동을 지원하는 '행동 수정'을 병행하면서 아들의 상태는 나날이 나아졌다.
심씨는 "우리는 아이의 행동을 제재하기에 급급했는데 선생님들은 아이의 행동에 소통하고 정을 주면서 서로 교감을 한다"며 "아이가 처음으로 인간적인 대우를 받고, 웃을 수 있다는 것에 큰 감동을 받았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아들은 활짝 웃을 줄 알게 됐고 케이크 만들기, 볼링, 그림그리기 등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그동안 갇혀 있고 숨어 살던 생활에서 벗어나 비로소 세상 밖으로 나오게 된 것이다.
심씨 부부에게 광주는 '희망의 땅'이다.
심씨는 11일 "아이가 변하면서 희망도 싹이 텄다"며 "정착 초기에 너무 막막해 무작정 시청을 찾았는데 이야기를 들어주고 해결방법을 찾아준 시청 직원들과 센터 관계자, 정책을 추진해주신 시장님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이제 막 시작단계인 융합돌봄이 제대로 뿌리내릴 수 있도록 시설과 정원을 늘리는데 국가와 지방정부가 앞으로도 많은 관심을 가져줬으면 좋겠다"며 "광주의 융합돌봄이 전국적으로 퍼져나가 최중증 발달장애인 가족 모두가 인간적인 생활을 보장받을 수 있길 두 손 모아 빌어본다"고 말했다.
한편 광주시 최중증 발달장애인 융합돌봄은 시 장애인종합복지관과 서구 장애인복지관 2곳을 통해 서비스가 제공된다.
각각 130㎡, 270㎡ 규모로 그룹활동실, 개인활동실, 심리안정실로 구성돼 있으며 최중증 발달장애인 각각 4명씩, 모두 8명을 지원하고 있다. 주중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30분까지 복지관 활동실에서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주간활동을 마친 후 지원주택으로 이동, 오후 5시부터 다음날 오전 9시까지 자립생활에 필요한 사항들을 지원받는다.
주말·휴일에도 돌봄지원을 받을 수 있으며, 발달장애인과 가족이 원할 경우 주 1회 또는 월 1회 가정으로 돌아가 지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