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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결 좋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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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주 전, 태안 서부시장
골목 어귀에서 노점을
하시는 한 분이 '목사님
작년 겨울에 주셨던 털모자
사람들이 많이 부러워 하네유'
태안말투 번역기로 돌리면
'혹시 더 없슈?' 일거다.
'예 더 찾아볼게요'
'아니유 그냥 다덜 묻길래'
이 말씀은 꼭 찾아보란 말.
몇년전에 받았던 물품을
기도순례 때마다 전국으로
나누어서 남은게 있을까?
여기저기 찾아보니 열개 남짓
계속 일로 미루다가 두주가
지나고 맘이 불편했는데 겨울이
다가고 드려봐야 소용 없을터
설을 하루 잎둔 오늘 달려가
털 모자와 타올을 나누어 드리고
돌아서는 발걸음이 한결 좋다.
내 누이같은 사람들 오늘같이
바람이 찬날 조금은 따뜻했으면
물건 사러온 사람들에게 그 온도가
전해질 미소가 더했으면 좋겠다.
오늘도 칼국수집 사장님 내외는
없는 메뉴로 칼국수에 수제비를
떠 넣어 끓여 내시고 김치를
담궜다며 한통 가득담아 내미신다.
수제비 값을 드리려니 메뉴에
없어서 못받겠다신다.
가슴 저 밑에서 뜨거운 뭔가
또 밀려 들고 눈가가 뜨겁다.
가게 문을 나서니 똑 같은
털모자를 쓴 예쁜 할매들이
웃으신다. 새해 복 많이 받으셔요
난 전하기만 했는데 태안
서부 시장에서는 맘씨고운
꽃미남 목사님으로 통한다.
그곳에 가면 난 늘 마음이
한결 나아진다. 그리고 고맙다.
흥정하다 다투는 소리가
사라졌다. 웃음 소리가 커졌다.
할매들이 웃는다 '목사님이
언제 올지 몰러서 승질나도
썽을 못내유'
태안 말 번역기로 고맙고
행복하단 말씀이다.
새해에는 날마다 올지 몰라요
고맙습니다. 작은 것에 행복해
해 주셔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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