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저비용항공사(LCC)가 중장거리 취항 준비에 나섰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기업결합 조건으로 내건 ‘독점 노선 슬롯(시간대별 비행기 이착륙 횟수)과 운수권 재분배’ 실행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나온 행보다. 양사의 운항을 축소하는 대신 LCC 등 다른 항공사의 진출을 허용한다는 것이다.
업계에 따르면 티웨이항공, 제주항공 에어프레미아 등 LCC들은 중장거리 노선 취항을 준비하고 있다. 티웨이항공은 내달 'A330-300' 1호기 도입할 예정이다. 유럽, 미주까지 운항이 가능한 중장거리용 기재다. 3월 국내선에 투입한 뒤 호주 시드니, 크로아티아 자그레브, 키르기스스탄 노선에 투입된다. 이후 영국 런던, 프랑스 파리, 미국 로스앤젤레스(LA)와 뉴욕 등을 운항할 수 있는 중대형기도 추가 도입할 방침이다. 티웨이는 연내 A330-300기 2대를 더 들여올 계획이다.
또 티웨이항공은 김포국제공항발 국제선, 인도네시아, 몽골 노선 등 중·단거리 노선의 운수권 획득도 준비할 예정이다. 이 노선들은 현재 보유 중인 B737-800 항공기로도 운항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항공사 첫 출범부터 중형기인 B787-9(드림라이너)를 도입한 에어프레미아는 중장거리 노선 운항에 방점을 찍은 상태다. 지난달 말 인천~싱가포르 노선으로 국제선에 처음 취항한 에어프레미아는 동남아 노선을 시작으로 올해는 미주 취항도 계획하고 있다. 당장은 국제선 여객시장의 불확실성을 고려해 벨리카고(여객기 화물칸)를 이용한 화물운항을 먼저 하고, 앞으로 여객 운송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제주항공도 중장거리 노선 취항 및 중대형기를 도입할 계획이다. 김이배 제주항공 대표는 지난 25일 창립 17주년 기념식에서 "양대 항공사와 저비용항공사(LCC) 자회사의 통합을 포함한 우리나라 항공산업의 구조개편이 논의되고 있는 시점에서 긴 호흡으로 상황을 분석하고 유연하게 준비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올해 상반기에 B737 화물기를 도입해 화물사업을 강화하고 내년 B737-MAX 기종을 도입해 더 높은 수준의 경쟁력을 갖춰 중단거리에서 우위를 점하겠다”고 강조했다.
화물 전용기 도입을 계기로 화물 운송사업을 확대해 수익구조를 다변화하고, 최근 항공업계의 화두인 대형기 도입과 장거리 노선 취항에 발맞춰 현재 사업 모델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주력하겠다는 것이다.
신생항공사인 에어프레미아는 설립 초기부터 ‘저렴한 가격대의 미주 노선 운항’을 목표로 했다. 이에 미주대륙까지 운항이 가능한 보잉사의 신형 항공기 ‘787-9' 중형기를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 787-9 기종은 최대 항속거리가 1만5000㎞로 유럽 내 영국, 프랑스, 독일, 스페인 등에 취항이 가능하다. 미주에선 LA, 샌프란시스코, 뉴욕, 보스턴 등 동부까지 취항할 수 있다. 에어프레미아는 항공기를 추가 도입해 총 3대의 항공기를 운영할 예정이다.
LCC 관계자는 "확정된 결론은 아니지만 공정위가 경쟁제한성에 대해서 판단했고 일부 운수권 회수가 필요하다는 시정조치를 내렸는데 오랫동안 고착화된 독과점 노선에 대해 산업구조의 재편의 기회가 될 수 있길 바라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