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규모 편의점이나 소매점에 장애인을 위한 편의시설을 설치할 의무를 면제한 현행법은 위법하기 때문에 시정해야 한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장애인도 차별 없이 편의점을 이용할 수 있도록 접근성을 보장하라는 취지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0부(부장 이현우)는 10일 장애인 김모씨 등 4명이 편의점 GS25의 운영사 GS리테일을 상대로 제기한 차별구제 청구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GS리테일의 장애인 편의시설 미설치는 정당한 편의 제공을 거부한 차별행위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차별을 시정하기 위한 조치로 “2009년 4월 이후 신축·증축·개축한 직영 편의점에 장애인 통행이 가능한 접근로나 출입문, 경사로가 설치된 출입구를 설치하고 불가능할 경우 점포 내 이동식 경사로를 준비하거나 편의점 밖에서 호출벨로 구매할 수 있게 대안을 제공하라”고 명령했다. 가맹점 편의점에 대해서는 이러한 시설에 관한 통일적인 영업표준을 마련해 점주들이 점포 환경을 개선하도록 권고하고 개선 비용의 20% 이상을 GS리테일이 부담하라고 했다.
이번 판결이 나온 것은 재판부가 장애인편의법 시행령을 ‘무효’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장애인편의법 시행령 3조는 슈퍼마켓 등 소매점, 일반음식점, 휴게음식점, 제과점 등에 바닥면적 300제곱미터 이상의 기준을 요구해 대부분의 민간 공중이용시설을 편의시설 설치의무 대상 시설에서 제외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시행령은 장애인의 모든 생활영역에서의 접근권을 보장하도록 한 법률의 위임 범위를 일탈해 장애인의 행복추구권, 일반적 행동자유권을 침해했고 평등원칙에 반해 무효다”라고 밝혔다.
휠체어를 사용하는 김씨 등은 GS리테일이 장애인 편의시설을 설치하지 않아 장애인차별금지법에서 금지하는 차별행위를 했다며 2018년 4월 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은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도 냈지만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개별 공무원에게 시행령을 개정할 작위 의무가 없다”는 이유에서다.